'대구컨벤션뷰로' 끝내 해산한다...20년치 '마이스 자산' 사라지나

김나윤 기자 2024-05-03 16:14:07
▲대구컨벤션뷰로 (사진=대구컨벤션뷰로 홈페이지 캡쳐)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내 첫 컨벤션뷰로로 설립됐던 대구컨벤션뷰로가 오랜 논란끝에 결국 해체하기로 결정됐다.

대구시는 예산절감과 공공기관의 구조혁신을 이유로 사단법인 대구컨벤션뷰로를 (주)엑스코에 흡수통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대구시 주도로 지난 2003년 대구컨벤션뷰로가 설립된지 21년만에 대구시에 의해 해체되는 것이다.

국내 1호 컨벤션뷰로인 대구컨벤션뷰로는 척박했던 마이스(MICE) 시장환경에서도 지금까지 720여건이 넘는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등 다른 지역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기량을 뽐냈던 곳으로 꼽힌다. 그래서 대구컨벤션뷰로 해체소식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관계자들이 유독 많다. 지금까지 대구컨벤션뷰로이 주도해 개최했던 대표적인 행사는 세계에너지총회, 세계물포럼, 세계가스총회, 세계뇌신경과학총회, 아시아컴퓨터그래픽스총회 등이다.

관련업계는 "대구컨벤션뷰로는 물산업클러스터 유치, 에너지 정책 수립, 뇌과학 연구 선도, ICT 산업 프로젝트 개발 및 엑스코 확장 계기 마련 등 대구의 주요 산업발전 및 기반 마련에 촉매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말했다. 또 전국 컨벤션뷰로 가운데 유일하게 철탑산업훈장,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한 곳이기도 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구컨벤션뷰로가 가져다준 지역경제의 직접적 파급효과는 연간 500억원 이상로 평가됐다. 또 각종 사업계획 평가에서도 대구컨벤션뷰로는 전국 1, 2위를 다툴 정도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조직해체 결정에 대구컨벤션뷰로는 지난 2일 "컨벤션뷰로가 주식회사에 흡수된 사례는 전무하다"며 "주식회사로 컨벤션뷰로가 흡수될 경우 국제회의 유치 기능이 축소되고 유치 건수가 급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에 따른 피해는 지역기업들과 종사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며 조직 해체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 제주, 고양에 이어 대구컨벤션뷰로까지 해체된다는 소식은 마이스업계 전체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컨벤션뷰로는 당장의 수익이 아닌 수년 후에 개최될 국제회의를 유치해 시 전체에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며 "컨벤션뷰로는 업무 특성상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주식회사의 속성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컨벤션뷰로 측은 해산하기에 앞서 국제회의 기능 유지를 위한 사전검토를 먼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컨벤션뷰로 관계자는 "대구시는 글로벌 도시를 지향하고 TK신공항 건립을 추진중인만큼 국제회의 산업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의 한 PCO업계 관계자도 "국제회의 유치 기능을 유지하고, 시에서 원하는 효율적인 통폐합이 되도록 국제회의 산업 활성화 계획을 먼저 협의한 후 컨벤션뷰로를 해산해야 한다"며 "한번의 잘못된 정책이 20여년동안 쌓아올린 공든탑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와 국제대회 유치 노하우가 통합조직에 승계되도록 하려면 컨벤션뷰로 직원들의 고용승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실제로 서울, 부산, 경주, 수원 등 다른 도시들은 컨벤션뷰로 통합시 조례상 포괄승계 관련부칙을 넣어서 시의 자산을 보호하고 있다. 대구컨벤션뷰로 관계자는 "고용승계된다면 지금껏 쌓아온 대구시의 축적된 자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도 4000명 규모의 세계생체재료총회, 세계이론및응용역학총회와 컨벤션뷰로가 주관하는 아태안티에이징컨퍼런스 등이 개최되는데, 차질없도록 업무 이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컨벤션뷰로의 통폐합 소식에 한국마이스협회와 한국PCO협회에서도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마이스협회는 호소문에서 "대구컨벤션뷰로는 20여년간 마이스 산업에 특화된 전문인력을 육성해 왔으며, 이러한 소중한 인적자원을 지키지 못한다면 대구의 마이스 산업은 퇴보하게 될 것"이라며 대구컨벤션뷰로 해체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PCO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포스트 팬데믹 시대 정부의 육성, 지원 정책이 절실한 상황에서 컨벤션 유치 전담조직을 축소하려는 것은 다시 살아나는 마이스 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컨벤션은 단순한 관광산업이 아닌 관광업의 수도권 집중 문제와 계절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고 강조했다.